[단문] 상황묘사 32. 만원버스 2011.10.03 12:29 

밖에서 본 버스 내부는 사람 머리가 빽빽이 들어차 햇빛이 투과되지 않을 정도다. 기사는 채울 수 있는 만큼 실컷 채우고는, 발 디디려는 나머지에게 외친다. 다음 차 타세요! 그래도 누구 맘대로냐는 듯 발 딛고 들어서려는 사람은 대개 뽀글이 아주머니다. 이들의 집요함은 경고와 승객들의 아우성을 이기기도 하고, 간신히 붙들고 서 있는 입구 승객의 기질에 따라 실패하기도 한다. 욕을 퍼부으며 발로 차는 사람과 비명 지르며 튕겨 나가는 사람. 그 광경에 내심 통쾌해하는 젊은이, 아무리 그래도 어른에게 저러면 쓰느냐고 혀를 차는 어르신, 하도 봐서 지겨운지 안 보여 안 들려 모드인 대다수 승객.

기사가 외친다. 뒤로 가세요 뒤로! 앞에만 몰려있지 말고!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. 발 디딜 데도 없는데 어떻게 움직여? 적당히 좀 채우지! 이건 앞쪽에서 들리는 소리고 뒤에서는, 여기도 빡빡한데! 한다. 그래도 개중에 시키는 대로 뒤로 가는 사람들 있다. 이리 밀고 저리 밀치며 욕 바가지로 얻어먹으며 뒤로 가면 앞보다는 숨구멍이 약간, 발 디딜 공간이 아주 조금은 있다. 이렇게 혼잡한 곳을 노려, 커브를 도느라 흔들릴 때를 노려 기우뚱하는 척 더듬는 음흉한 손도 곳곳에 있을법하나 직접 보고 겪은 적은 없다. 운이 좋아서인지 둔감해서인지. 웹에서 본 치한경험담 대부분이 지하철 배경이고 만원버스 배경은 별로 없었다. 성욕을 주체 못하는 족속마저도 접촉으로 인한 짜증과 살인충동이 쾌감을 능가하는 공간이 버스인지도 모른다.

아참, 만취한 아저씨와 여대생의 싸움을 본 적은 있다. 그렇잖아도 짜증 나니까 싸우려면 내려서 싸우라고 사람들이 원성을 퍼부었다. 불쾌지수를 높이는 자 누구든 어떤 이유로든 유죄? 싸움 없는 평소에도 다들 옆 사람들의 존재 자체가 에러고 유죄라는 얼굴들이라, 정작 싸움은 여유공간이 있는 버스에서 더 많이 생긴다. 혼자 안전한 유리 상자에 있는 기사에겐 어쨌든 상관없겠지만. 누구 말대로 저 유리를 깨부수고 싶을 정도는 아니고, 가끔 기사 대신 그 안에 들어앉고 싶어지긴 한다. 수많은 낯선 숨결과 냄새와 눈빛이 뒤섞이는 버스에서 짜증과 지겨움이 극에 달해 더 이를 곳이 없으면 뜻밖의 소름으로 변하니까. 열기에 몸이 녹아 사라지든지 다들 뒤엉킨 채로 한몸이 되어 영영 떨어지지 않는 환각에 사로잡히고 마니까, 순간일지언정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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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1. 발신자 2014.02.13 00:20 신고  re x
    흥미로운 단문이네요.

  2. 발신자 2014.08.05 05:25 신고  re x
    다시 보니, 표현이 날카롭네요. 쿡쿡 쑤시는 느낌? 개인적으로 와타야 리사의 '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'이 생각났습니다.

    그렇게 가방 찢어지면 눈이 뒤집힐 것 같네요.

 
 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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